식물房/꽃따라

지네발란을 첨 만난 날 (2009)

산유 2010. 2. 27. 16:14

2009년 7월말

 

봄이 늦은 골짝에서 살다보니.. 제대로 피어난 봄꽃을 만나려면 아직 기다림이 길 듯하여..

묵은 사진을 들쳐 봅니다.

 

본래 먼 길 꽃탐사를 싫어하는 게으름이다보니.. 앞뒷동산에서 놀기를 좋아하는데..

이상하게도 지네발란만은 먼 길을 불사하고 만나고픈 맘이 일어

재작년부터 노래하다시피 입에 달고 다녔더니.. 작년에 南道에서 만날 기회가 생기더군요.

 

덧붙여 풍란까지 만나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다른 분에겐 지네발란이 덤이었고.. 제겐 풍란이 덤이었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ㅎㅎ~ ^&^

 

 

지네발란이 산다는 바닷가 바위절벽이 있는 산으로 오르는 길가에 첨 만나는 모새나무가 보이길래..

길을 멈추고 사진을 담는다.

개화기가 끝나고 작은 열매들이 열리는 중에.. 간혹 늦게핀 싱싱한 꽃송이가 남아 있다.

 

 

 

 

 

드디어 도착한 바닷가 바위절벽.. 젤 먼저 반겨준 아이는 뜻밖에도 솔잎란이었다.

 

노랗게 익은 포자낭을 잎에 달고 있는 귀여운 아이들이었지만..

아득한 낭떠러지 위라서 조심스레 거리를 두고 사진을 담는다.

 

 

 

솔잎란이 있는 곳에서 방향을 우측으로 돌리니 해안 바위위를 이끼처럼 지네발란이 뒤덮고 있다.

꽃이 상상한 것보다도 훨 작지만..

그 작은 꽃속에 기기묘묘한 형상과 색깔을 다 품고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역시 까마득한 바닷가 절벽 위라서..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버팅기면서 부자연스런 자세로 이리저리 사진을 담는다.

 

 

 

 

 

 

 

 

 

일행 두분은 자생에선 거의 멸종해 버렸다는 풍란을 사진담기에 열중이시다.

솔잎란과 지네발란을 싫컷 사진에 담고 돌아서..

마지막으로 풍란을 담기 위해 50~500mm 망원렌즈를 끼운다.  

 

풍란은 맞은 편 절벽에 서너포기가 피어 있는데..

내가 있는 암벽과 사이에는 깊은 수직 낭떠러지이고.. 아래는 바닷물이 출렁인다.

절벽에서 오래토록 자라난 소나무 밑둥에 발을 지탱하며 사진을 담는데..

개화적기가 살짝 지난 듯.. 꽃잎에 노란 색깔이 조금 들어 있는 모습도 보인다.

 

 

 

 

사진을 모두 담고 돌아오는 길..

산을 오르기전 눈으로만 보고 지나쳤던 해변의 순비기나무에도 사진기를 들이대본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마주쳤던 동충하초 종류는 그늘진 곳에 있는 데다가.. 땀은 삐질삐질 흐르고..

모기는 왱왱 덤벼들고 하여.. 귀찮은 마음에 그냥 바삐 발을 놀려 하산하였었는데..

후에 바닷가 모래 위에 꽂혀 있기에.. 짐짓 한장 증명을 담는다. ㅋㅎ..